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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5학년 1반 이야기

  • 박대봉
  • 조회 3393
  • 2호
  • 2006.03.28 11:52
  조현희

  학교는 아이들의 순수와 꿈이 함께 하는 교육의 장이다. 그러나 때로는  수많은 아이들이 다투고, 치고, 박는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에서 유일한 중재자인 교사는 지혜 하나로 그 아이들을 제압해야하는 숙명적인 어려움이 있다. 제 작년 우리 반에서는 이른바 ‘여학생들의 전쟁’이 벌어졌었다. 그야말로 5학년 전체에서 기가 세다는 여자 아이들은 다 모아놓은 우리 반, 그러니 하루에도 몇 건의 중상모략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가끔씩 아이들의 싸움이 부모님들의 한 판으로 와전되는 초유의 사건도 벌어졌다. 문제만 터졌다하면 5학년 1반.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 끝에 자료실을 오픈하고 아이들 상담을 시작한 것이 그 날부터 내 주 업무가 되어버렸다. 상담학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그냥 일단 불러 앉히고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위로도 해주고 하다 슬그머니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렇게 상담시간에 예수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복음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이들은 여전히 고자질하고 싸웠지만 그러나 복음을 듣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이들과 운동장에서의 시간을 대폭 늘려 아이들을 위해 함께 뛰고 호흡했다. 덕분에 우리 반의 트레이드 마크는 ‘진짜 많이 노는 반’ 무적 1반이 되었다. 축구도 1등 피구도 1등, 승부에는 최선을 다하면서도 내 말에 귀 기울이며 정정당당하게 싸워주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상담을 시작한지 2학기 즈음, 아이들은 조금씩 자기 속의 문제를 열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모 때문에 남의 집에서 눈치 살이 하며 동생들 돌보느라 마음이 상했던 은혜가 울음을 터뜨렸다. 귀신이 보여서 자꾸만 죽고 싶다는 소리를 하던 채연이를 보듬고 기도해줄 수 있었다. 1등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아리나, 2년째 같은 반을 하면서도 늘 잘 할 수 있다고만 하던 이 녀석이 내 품에 안겨 힘들다고 울 땐 정말 감사했다. 매사에 부정적인 말만 하고 삐딱하던 성환이를 그토록 순한 양처럼 만들어준 것도 복음의 힘이었다.
그렇게 단단하기만 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준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었다.
누구보다 정말 감사했던 건 의선이의 변화였다. 보이지 않는 여학생들의 우두머리, 모든 소문의 중심에 있던 의선이는 4년 동안 만난 선생님들을 다 증오하는 무서운(?) 아이였다. 나는 자신의 어두운 마음속에 갇혀있는 의선이를 꼭 안고 함께 울어주었다.
“그래 의선아.. 선생님도 네가 만났던 선생님들보다 나을 건 없다. 그래도 우리 함께 노력하자. 선생님들 미워하면 네가 너무 힘들잖아.....”
의선이는 내 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누구보다 든든한 나의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모든 아이들을 아우르는 여걸, 요즘은 첫사랑에 빠져 한참 홍역중이다.2월로 접어들면서 우리 반에서는 차츰 싸움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하나님 은혜로 나는 정말 좋은 선생이라는 과분한 칭찬을 학부모님들께 듣게 되었다.

2005년 2월, 종업식 날, 뜻하지 않게 나는 아이들의 따스한 포옹과 함께 빗물에 젖은 운동장 바닥에서 아이들의 큰절을 받았다. 민망하고 황송함 중에 그야말로 ‘그래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야’ 라는 감동이 나의 눈과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5학년 1반 친구들, 요즘 녀석들에게서 중학교 입학했다는 문자가 간간히 날아온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몇 번이나 찾아와 밥값으로 내 주머니를 탈탈 털기도 하고, 집에 갈 땐 택시비 달라고 당연하게 주장하는 당돌한 녀석들. 하지만, 내가 보고 싶다고 한달음에 달려오는, 커서 꼭 이 은혜 다 갚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분명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들이다. 우리 주님이 아니었다면 아이들과 어떻게 이런 인연을 맺을 수 있었을까? 나의 약함을 도구로 사용하여 아이들의 아픔을 돌아보게 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새 봄과 함께 맺게 될 아름다운 인연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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