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교회

  내글반응 [Login]

게시물이 없습니다.
2024.04.26(금)
명곡유치원 교회소식 오시는 길
 

목련을 기다리며

  • 이금용
  • 조회 4390
  • 일반
  • 2011.02.10 13:27
며칠 째 추운 바람이 골목을 휘젓고 다니더니
어제부터 조금 누그러집니다.
음. 봄이 올려나
아직은 이르지만 곧 오겠지요.

나에게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은
파란 하늘과 활짝 핀 목련꽃입니다
개나리 벚꽃 만발해져가는 맑은 날
목련꽃 아래에서 하늘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하얀 꽃잎들과
가지사이 보이는 파란 하늘과
꽃향기 싣고 흐르는 봄바람이 있다면
겨우내 닫혔던 가슴은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럴 때면 난 나무에 등 기대고
목련의 숨결을 느끼고파
그리움 지긋한 실눈을 뜨고
만개해 버린 하얀 꽃향기를 따라 갈 것입니다

꽃 속에서는 새내기들의 함박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피아노를 잘 치던 귀여운 덧니 소녀가 보입니다
격려하는 응원의 함성과 건강한 청년의 숨소리와
메시야를 끝낸 순간 터지는 감동의 박수소리가 들립니다

한 송이마다 청년들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한 송이 한 송이 순결한 여인의 얼굴이 보입니다
한 송이 한 송이 잊혀져간 얼굴들이 보입니다
가려진 꽃 한 송이 뒤로 내 젊은 날 얼굴이 보입니다.

아직은 때 이른 겨울이지만
성급한 마음에 겨울 창가에서 목련을 바라봅니다.
이제 곧 목련꽃 봄 천지에 만발할 때면
난 거기로 갈 것입니다

나무에 등을 대고 하늘을 올려다 볼 것 입니다.
그 곳에서 그리움을 만나고 잃었던 함성 다시 들을 것입니다
파란하늘 꽃 잎 뒤 아직 숨어있을 나를 찾아서
강물 위 끊어진 다리를 이을 것입니다

시인처럼 노래하며 휘파람도 불 것입니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정오에는
그 아래 하얀 식탁을 차리고
비로소 당신을 초대할 것입니다.

지금은 마음뿐입니다
지금은 그리움뿐 입니다
신호등 뒤 살점 뜯긴 가로수처럼
앙상한 가지 죽은 듯 온종일 알몸으로 서서
지금은 단지 봄을 기다릴 뿐입니다.
명곡칼럼 게시판 게시물 목록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25 용서 1 이금용 2011/03/01 4800
24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금용 2011/02/14 4730
23 목련을 기다리며 이금용 2011/02/10 4391
22 땅을 적시는 늧은 비와 같이.. 이금용 2011/01/29 4636
21 오늘 부르고 싶은 주님의 노래는.. 이금용 2011/01/25 4358
20 야생화처럼.. 이금용 2011/01/22 4382
19 메아리가 떠난 이유 이금용 2011/01/14 4391
18 청빙 이금용 2011/01/14 4575
17 매미 이금용 2011/01/13 4453
16 작은 영웅 이금용 2011/01/13 4398
15 어느 노인대학의 하루 이금용 2011/01/07 4654
14 일상 그 자체가 기적이다-1 이금용 2011/01/06 4465
13 일상 그 자체가 기적이다-2 이금용 2011/01/06 4539
12 먼지 쌓인 판화를 닦으며. 이금용 2011/01/06 4572
11 기도교 세계관... 노명현장로 이금용 2007/09/18 4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