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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처럼..

  • 이금용
  • 조회 4833
  • 일반
  • 2011.01.22 22:03
며칠 전 시골에 사는 건영이네 집 모퉁이를 지나치다
보랏빛 들국화 몇 송이가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진작 피었겠지만 그 조그만 것이 여름풍경의 주제도 아닐 터이니
자주 다니는 길이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나보다.

제 딴엔 힘겹게 피어났을 터인데 나마저 보아주지 못했다면
비바람에 시달리다 초라하게 지고 말았겠지 싶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야생화는 정작 그런 일에는 아랑곳 않는듯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꼿꼿한 기품으로 서 있었다.

그날 이후, 그 곳을 지나칠 때면 나를 반기듯
살랑살랑 꽃봉오리를 흔들어준다.
아침햇살에 새색시처럼 청초한 그 모습을 달리는 차 속에서 음미하다보면
담백하고 묘한 매력이 가슴에 퍼지는 것이다.

요즘은 꽃들은 참 다양해졌다.
외국에서 수입된 꽃들이 대부분이라 크고 화려하며 원색이 많아
사람들 마음을 쉽게 유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바치거나
졸업식날 축하를 위해 이런 꽃들을 많이 사용한다.

비록 그 꽃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는 하지만
한 번의 목적을 위해 쓰이고 나면 곧 시들고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만다.
그러나 들판에 피어나는 야생화, 단란한 모습과 비록 화려한 색채는 아니지만
노랗고 하얗고 보라색은 볼수록 다가가고픈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돌보는 사람이 없어도 조그만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을 견디고
생명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아도 못생겨도 볼수록 사랑스럽고 아직도 순수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것이다.

요즘 창원에서는 야생화를 보기가 힘들다.
도시개발로 인해서 다 파헤쳐지고 이젠 시골들판이나
한적한 산골에서 어렵사리 볼 수 있는 형편이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세상이 변하니 사람들의 얼굴도 변해가는 것 같다.
급하고 공격적이며 자신과 다르면 적으로 생각하려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배려가 부족하며
진실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바쁘게 쫓겨 다녀야하는 현실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우리들의 오랜 정서였던 야생화가 인적 드문 곳으로 밀려난 것처럼
소년의 웃음과 소녀들의 순수함이 멀찍이 뒤안길로 밀려난 것이다.

우리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처음 볼 때 좋게 보이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작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처음 이미지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진 세상이다.

야생화는 조그맣고 초라하게 보이지만 볼수록 여러 가지 매력을 발산한다.
이처럼 처음에는 평범했는데 사귈수록 기분 좋고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람, 야하지도 추하지도 않는 사람,
우연히 그의 숨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 감동을 주는 사람,
그리고 친구가 필요로 할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다.

건영이네 들국화처럼 자신과 창조주 앞에서 성실한 사람이
아마 이런 사람일 것이다.
늘 그렇게 살지 못해서 서글픈 마음으로 눈을 감으니
건영이네 보라색 들국화가 한들한들 그림처럼 가슴을 스쳐간다.
그래! 올해는 보랏빛 들국화처럼 살아 보리라.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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