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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 자체가 기적이다-1

  • 이금용
  • 조회 4978
  • 일반
  • 2011.01.06 21:58
최근 위기의 빙산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가슴을 쓸어 내리던 한 두 컷의 장면은 당분간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아직 가을인데 추위가 느껴지던 아침. 부산 복음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몇 번이고 마른 하품을 하는 아내.
긴장하고 있음을 생각하니 시려오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건강 검진을 받고 후두부 부근에 무언가 있는 것 같다는 판정을 받고는..
별것 아닐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큰 병원으로 옮겨가며 애매하게 말하는
의사의 진단과 눈치로 느껴지는 '무언가 있는 모양인가?' 라는 염려가
병원을 옮겨가면서 점점 커져갔었다.

MRI를 찍고 일주일 후 다시 CT를 찍고..
그렇게 보름 남짓 지내면서 둘은 평소에 경험치 못했던 퍽이나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다행히 별거 아닌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음을 감사하며,
그동안 마음 고생의 보상인 냥 안도와 행복으로 젖어보는 며칠은 참으로 범사에 대한
감사를 깊이 느끼며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평범한 하루하루 미래를 설계하며 땀 흘리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며
감사한 것인지, 공기가 그런 것처럼 매일 매일 우리 일상은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적의 연속인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기적에 감사하라는 의미로 느끼며 최근의 시간을 되새겨보니 
주님께서 여정에서 소홀했던 의미를 한두 가지 깨닫게 해주셨다.

MRI를 찍기 위해 기다려야하는 몇 시간을 송도 바닷가에 아내와 앉아 있었다.
아침 점심도 먹지 못하고..
의사 판정은 나지를 않았지만 자꾸 염려 쪽으로 의심이 가고,
둘은 궁금하지도 않은 대화를 나누다 끊어지고..
“고생하다 좀 살만하면 간다 해싸터만.” 뒷말을 더 잇지 않는 아내의 말에
차마 어떤 말로도 대꾸 할 수가 없다.

... 파란 수평선은 깊이 가라않았을 까맣게 잊었던 의식을 떠 올렸다.
내 젊음 10년이 저 너머 어딘가에 껍데기로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파란 바다는 나에게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혹시나 하던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로 닥아 왔던 곳이다.
그런데 미처 생각도 못했던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바다를 보며 
또 막연한 두려움과 대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길했다.
방전 맞은 생각을 잘하는 성격 탓이리라.

슬쩍 쳐다본 아내의 얼굴, 젊어서 그렇게 곱던 모습이 나이 들어 말라 보인다.
세상없이 야무치고 귀했던 사람인데.. 사업이 무너지고 남자 잘못만나 아득한 고생
자갈길을 맨발로 걸어왔으니 불쌍하다는 생각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안돼. 이럴 수는 없을 것이라 외쳐 보지만 또한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자신..
우리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순간 아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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