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학 스케치!

  • LV 1 이금용
  • 조회 2340
  • 일반
  • 2005.11.15 16:32
  • 문서주소 - http://mgchurch.or.kr/bbs/board.php?bo_table=church39&wr_id=3
  매미소리를 듣기에는 아직 좀 이른 것 같은데 한낮의 날씨는 벌써 여름의 최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수요일오전... 노인대학이 열리는 명곡교회당은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럽다. 이제 5년차를 넘어서면서 이 곳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의 수는 140여명,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면 이제 출석 숫자는 그의 흔들림이 없다.

 오전 10시가 되기 전 움직임은 주방에서부터 먼저 시작되어 그 손놀림이 점점 빨라진다. 채소를 다듬고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고기를 씻고 이것저것 하나하나 손보지 않고 그냥 되어 질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이어서 교회당 마당에서 시동 걸리는 소리가 들리고 믿음직한 봉사자 베스트 드라이버들은 각 노인정을 향하여 한 대 두 대 출발한다. 명서동 봉곡동 도계동 반지동 코롱아파트 그리고 각 곳에 흩어져 있는 노인정과 놀이터로.... 가끔씩 운전기사가 모자라 현장에 대신 가보면 할머니들이 저마다 예쁘게 외출복으로 기다리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이 일이 정말로 그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10시30분 율동선생님의 노래로 시작되는 학생들의 전체모임시간. 모두들 마음처럼 잘 움직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얼굴에 활짝 웃음으로 이렇게 저렇게 따라하다 보니 몸도 풀리고 재미도 점점 더해진다. 이어서 경건의 시간. 들으면 들을수록 옳은 말씀뿐이다. 노인들의 반응은 확실하고 즉각적이다. 특히 출석인원의 8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 할머니들의 반응은 조금만 감동이 되거나 재미가 있으면 즉시 큰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을 때는 혀를 차며 자신의 일인 양 안타까워하신다. 좀 더 젊은 우리들의 자세도 말씀을 듣는 모습이 늘 이랬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11시30분 한 시간동안의 단체모임이 끝나면 이어서 교학처장님의 재치 있는 멘트 속에 광고와 새로 오신 분들의 소개와 환영식이 벌어지고(물론 환영선물을 빠트리지 않는다) 제2교시라고 할 수 있는 분반공부가 시작된다. 공예 반, 한글 반, 음악반, 만들기 반, 그리고 수지침과 이용실도 같은 시간에 시작된다. 이때부터 여기저기 부산해지는 시간이지만 교실에서, 식당에서, 1층 로비의 서무파트에서, 그리고 운영진에서 저마다 맡은 일을 매끄럽게 진행하며 명실공이 5년차의 노하우를 자랑하는 봉사자들의 실력은 이때에 더욱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러니 간혹 명곡노인대학이 어떠하더라는 소문을 듣고 여기저기 노인대학을 시작하려는 팀들이 견학을 오기도 하는 것이다.

 12시를 넘기면서 주방의 일손들은 땀을 흘리며 더욱 바빠진다. 봉사인력의 반 이상이 이곳에 투입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준비해야 할 점심은 150그릇정도 봉사자들의 식사를 포함하면 200인분은 준비해야한다.
“자 오늘 봉사자 포함 200인분!”
“200인분?... 알았어예!”
식당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언제나 명쾌하다.
음악반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는 찬송가가 아니라 흘러간 가요와 민요타령. 그러나 이제 아무도 그것을 이상타 여기지 않는다.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주일도 일하셨던 주님처럼 그런 마음으로 노인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를 비록 가요일 지라도 그 마음을 주님은 찬송으로 받으시길 않을까 생각해본다.

 수지침은 우리 봉사자들이 직접 시행하는데 이일을 하기위해 몇 사람이 힘들게 배워서 이제는 제법 프로답게 뜸을 뜨고 수지침을 놓는다. 의술은 환자의 신뢰로 시작되는가? 아무튼 효험이 좋다는 평가에 봉사자들도 그럴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만들기 반 예전과는 달리 학생 수가 이제 10여명 남짓 된다. 이반은 요술반인지 수업만 끝나면 아주 신기하고 예쁜 조각품이 하나씩 만들어진다. 물론 그 작품들은 학생이 가지고가 며느리 아니면 손자의 좋은 선물이 되기도 한다. 미용실은 노인대학의 초창기부터 성화미용실에서 주력 팀으로 봉사를 해 주셨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봉사는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교회 봉사자도 함께 협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기저기 같은 시간에 움직이는 아름다움 모습들을 직접 와서 한번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와 보라!”
우리들은 이렇게 예기할 수 있답니다.

 드디어 식사시간! 모두들 건강하신지 노인들의 식욕은 언제나 왕성하시다. 1식3찬이 아니라 때로는 5찬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자랑이 있다면 명곡노인대학의 음식이 맛이 좋다고 이 지역 노인정마다 칭찬이 자자하다. 식사를 마치면 이제 노인대학의 하루 학사일정은 거의 끝이 난다. 차로 오신 분들은 다시 각 노인정이나 노인병원이나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모셔 드리면 되는데 언제나 차량봉사자들이 부족한 현실이다. 누구보다 빨리 시작되어야 하고 제일 마지막까지 마무리해야하는 자리가 식당과 차량봉사이다. 늘 숨은 수고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그들은 자랑도 칭찬도 익숙지 않을 것이다. 단지 섬길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낄 뿐이다.

 다음 주면 벌써 05-1학기 종강을 한다. 별로 한일도 없는 것 같은데 1학기가 훌쩍 지났다. 학생 아니 노인들을 생각하면 기쁘게 편안하게 더 잘해드리지 못 하는 것이 늘 아쉬운 명곡노인대학의 사랑의 마음이다. 올해는 100년만의 무더위가 온다니 우리 학생들이 올 여름을 잘 넘겼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다시 불어올 때 건강한 모습으로 힘차게 2학기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고 미리 9월을 생각해 봅니다.

 노인대학을 한 학기 동안 몸으로 후원으로 기도로 섬기신 고마운님들 그리고 외부 자원 봉사자들, 모두 다음 수요일 1학기 마지막 수업 잘 마치시고, 방학 잘 보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고령화시대가 도래하였으니 명곡노인대학이 이런 섬김을 통하여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내고 창원의 노인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우리들이 섬김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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