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에서 보내는 편지-10'5월

  • LV 1 엄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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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3 22:50
티벳인의 눈물
                                                                티벳 엄 요셉, 최 한나

존경하는 동역 교회와 후원자 모두에게 우리 주님이 주시는 생기와 평안이 심령과 하루하루의 삶에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최근 저희가 머물며 사역하는 이곳 청해성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지진 소식과  지금 그리고 장차 주께서 선하게 인도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내용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청해성 위수현에서의 지진
지난 4월 14일 본인이 거주하며 일하는 중국 칭하이(靑海)성 위수(玉樹)티벳자치구 위수현에서 리히터 규모 7.1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진원지로는 위수현 서북쪽 11.5㎞ 지점인 룽바오(隆寶)진이며,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이번 지진으로 23㎞에 달하는 지표면이 파열됐고, 지진으로 진앙이 1.75m 정도 수평 이동됐다고 한다.

지진으로 온 땅이 피로 눈물로 가득 찼는데도, 초원 위에 유목민이 풀어놓은 야크와 양떼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 같아서 무척이나 고요한 평화의 땅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의 심령을 비롯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우상들로 인해 그들 피조물들의 탄식과 눈물, 피의 호소가 끊이지 않아 평안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티벳인들이 불경을 적어놓은 일종의 주문(呪文)서 룽다와 타르초란 이름의 기도 깃발과 종이들, 불경을 적거나 새긴 돌인 마니석도 지진에 무너져 땅에 널브러져 있어 이들이 그토록 의지하던 신을 통해 액운을 쫓고 평화가 지속되기를 소망하던 그 간절함이 허무할 뿐임을 말해주는 듯 하다.


칭하이성의 역사적 배경
칭하이성은 과거 칭짱(靑藏)고원을 호령하며 당나라와 세력을 겨루는 강대국을 세웠던 티벳인의 땅이다. 한국과는 오래 전에 고구려 유민 수만 명이 이곳 지역까지 볼모로 잡혀와 당나라를 도와 당시 토번 세력(현 티벳)을 방어하는 일 등에 혹사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슬픈 과거와 당의 신하가 되어 토번(현 티벳)과의 전쟁에서 용맹을 떨친 고구려 출신 고선지와 백제 출신 흑치상지 같은 맹장과도 연관되어 있다. 18세기에는 청나라에 복속됐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정부를 구성했으나 1949년 다시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점령됐다. 지난 60년 동안 위수 등 칭하이성의 티벳인 지역과 중국 정부 사이에 긴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진의 피해 배경
해발 4200-4400미터, 인구 10만에 가까운 현단위 도시에서 현재까지 2,200여 명이 숨지고 12,000여 명 이상이 다쳤으며, 성한 건물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칠 정도로 이번 지진은 큰 재앙이었다. 피해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이곳보다 더 가난한 티벳인 지역인 쓰촨(四川)의 간쯔나 시짱(西藏-티벳)자치구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민들과 중국 정부의 집산화 정책으로 초원에서 생활하던 유목민이 도시로 와 정착하면서 도시 생활에 적응해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을 이들과 무거운 질고를 안은 채 식당이나 가게, 공사장의 임시직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이라는 사실도 마음 아프다.


승려를 비롯한 티벳인들의 헌신
주민의 90%가 티벳인인 이곳은 곳곳에 자리한 티벳 사원과 붉은 옷을 입은 티벳 불교 승려는 주민들의 버팀목이었다. 승려들의 바쁜 구호활동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지진이 나자 제일 먼저 팔을 걷고 삽을 들었다. 생존자를 구하고 주검을 거두며 부상자들을 돌보았다. 재난을 당한 티벳인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여서 이들의 활동은 이번 재난으로 티벳인의 환심을 사려는 정부의 처지에서 보면, 승려들은 ‘불편한 라이벌’이다. 그러나 이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고산에 적응력이 뛰어난 이들의 종횡무진한 봉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사원에서 가지고 나온 재정을 바탕으로 칭하이성을 비롯 인근 성과 도시지역 병원에 분산되어 치료 중인 부상자들을 돌보는데도 적극적이다. 한족을 위주로 편성된 심리치료사가 부상자나 지진으로 인해 심지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자들을 방문시 “괜찮다”며 말을 아끼는 대신 승려의 방문시에는 고통을 나누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승려뿐만 아니라 인근 티벳 주민들도 한마음으로 짠바(주식-미숫가루 일종)와 구리(주식-전통 빵)를 만들어 재난지역까지 실어 보낸다. 온 티벳이 마음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중국 정부는 가장 민감한 소수민족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비상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1만2천여 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막대한 구호물자를 지원하면서, 한족과 티벳인은 ‘한 가족’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주민에게는 같은 언어를 쓰는 동포이며 가장 먼저 달려와 음식을 주고 중국 구조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가난한 지역의 폐허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아준 승려들이 더욱 가까운 존재여서 고민이다.

뿐만 아니라, 티벳 불교 승려들의 영향력, 특히 이들이 상징하는 달라이라마의 영향력에 대한 불안이 엿보인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칭하이성이 고향인 달라이라마는 지진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위수를 방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는 묵묵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지진으로 중국 정부와 티베트 민족 간의 긴장관계는 더욱 심화됐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을 새롭게 재건하고 화해를 이루어 가려는 선한 시도들도 여전히 계속 되어갈 것이다. 이 일에 많은 재정과 인력들이 투입되어 상처를 더 빨리 아물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교회의 활약
이 번 지진은 2년 전인 5.12 원촨(汶川) 대지진시 온 교회가 한마음으로 나선 경험을 살려 신속하게 구호활동에 나섰고, 소수지만 티벳인 크리스찬 역시 동포를 위한 마음에 먼 길을 가 그곳에서의 헌신적 활동을 감당하고 있다. 구호, 상담, 재정적 지원 모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아름다운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믿음의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온전한 사랑이 그들의 묶은 마음을 새롭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곳곳에서 선한 열매를 맺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상한 자와 고통 가운데 머문 자, 어두움에 갇힌 자들에게 주께 하듯 섬기며 돌보는 그들도 큰 믿음을 사모하는 계기가 되고 위로부터 임하는 은혜가 충만하기를.


산자들을 위한 대책
살아남은 이에게도 이번 지진은 한없이 가혹하다. 다행히 몸은 건졌지만 마음의 여진은 아직 그들 마음 속에서 공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찬 외국인들(한국인을 포함해서)의 접근은 그들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좋은 기회여서 지금도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주 토요일 청해성 거주 한국인 모임에서도 구호를 위한 대책회의와 구호금 모집이 있었다. 중단기로 나누어 시행을 주관하게 될 위원회도 구성되어 좋은 활동을 펼치게 될 것이다.  필자도 현지인 사역자들과 함께 재난자의 물질적, 정신적 필요를 돕는 일과 본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취업을 위한 무상교육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려고 한다.

또 지진피해 지역을 위한 정부차원의 재건이 추진될 계획이다. 지난 4월 19일 신화통신과 칭하이(靑海)일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강진으로 폐허가 된 위수(玉樹)현 일대를 자연과 생태가 어우러진 고원 생태형 도시와 상업무역, 여행 도시로 재건된다고 한다. 새롭게 변모된 도시에서 티벳인들의 심령도 새로워져 큰 은혜의 물결이 넘치기를 기도할 것이다. 복음만이 티벳인의 눈물을 닦아줄 큰 위로의 유일한 소망임을 알게 되는 날을 고대한다.


기도해 주실 선한 일들
1. 재난을 당한 모든 티벳인들에게 위로와 회복의 큰 선물이 골고루 주어지도록
2. 재난 지역 티벳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재 대신 기쁨의 화관을 얻도록, 모든 티벳 사역자들에게 더 돕고 더 사랑할 힘을 부어 주시기를
3. 재난 지역이 재건되면서 예배 모임도 더 든든히 세워지도록
4. 티벳인과 한족에게 화해의 넓은 마음을 허락하셔서 더 이상 질시와 다툼, 피흘림의 아픈 현실이 사라지도록
5. 복음교회 한 장로님 부부의 헌신으로 시작된 기술학교(가정모임)가 두 곳으로 늘어났는데 지진 피해 가족에게 회복과 자립의 기회가 되도록, 또 많은 티벳 젊은이들이 몰려오도록
6. R지역에 배치할 사역자로 인해 예배 모임이 속히 시작되어지기를
7. 딸 지나가 오는 6월 졸업 후 한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잘 하도록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으로 인해 티벳을 주께 섬기듯 하도록 힘을 얻고 사랑과 긍휼을 베풀도록 도우심을 감사드리며.
 
                                    2010.5.03 

*첨부 화일: 위수지진 자료(중국 ‘baidu’ 등 인터넷 자료를 참조하여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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